시간은 왜 흐르지 않는다는 걸까?
지구 상의 모든 물체는 자기 주위의 시간을 더디게 한다. 지구도 하나의 덩어리로, 주위의 시간을 늦춘다. 평지에서 시간이 더 많이 지연되고, 산에서는 덜 지연되는 이유는 산이 지구의 중심과 좀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체가 떨어지는 것도 이러한 시간의 지연 때문이다. 시간이 동일하게 흐르는 곳, 예를 들어 행성 사이의 공간에서는 물체가 추락하지 않고 떠 있다.
과거의 우주의 처음은 어떤 특이한 상태(어떤 과학자는 완벽한 질서의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이 상태를 창조의 시점이라 읽는다.)에 있었고,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무질서 해져서 그 특별함이 사라진다. 다른 말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이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부분적’으로만 순서가 있을 뿐이다 (시간의 상대성이론).
시간이 왜 흐르지 않는지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우리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아는 것은 지극히 부분적이고,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인간이 결론 지을 수 있는 유일한 지식의 답일 것이다.
루트비히볼츠만은, 과거와 미래의 차이가 결국 세상을 보는 우리의 희미한 시각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식별하지 못하는 아주 작은 미시의 세계에서는 미래가 과거와 ‘똑같이’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기에 시간은 분명 흐르는데, 어떻게 우리의 직관과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처음알았을 때의 당혹감을 떠올리면 된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이상의 충격이다.
우리는 우리의 관점, 세상의 작은 일부인 인간의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속에 있는 세상을 본다.
세상과 우리의 상호작용은 부분적인데,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희미하게 보게 되는 이유다.
시간의 방향성은 관점적이다. 우리의 관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세상의 엔트로피는 ‘우리와 관련돼’ 있고, 우리와 함께 증가한다.
‘지금’이 무슨 의미일까
‘지금’ 저 멀리 우주 행성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 행성이 지구에서 약 4광년 떨어져있고, 어느 별의 주위를 돌고 있다고 해보자, 그 행성에 있는 사람과 ‘지금’을 논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 사람과 통신을 할 때 빛이 이동하는데, 거기까지 가는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미국의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지금'을 논하는 것도 같은 문제다, 나노세컨드 밀리세컨드 까지 쪼개보면 그 만큼의 지연이 생기기 때문에 지금은 이미 없는 것과 같다.
온 우주에 공통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는 세계적이 아니라 지역적이다.
세상은 사물이 아닌 사건들로 이루어진다
세상이 사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사물들은 어떤 것일까? 원자일까 입자일까 양자장일까? 세상은 존재자들로 이루어져있지 않다.
세상은 아주 간단한 사건부터 복잡한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위의 구름도 사물이 아니다. 공기 중의 습기가 응결된 것을 바람이 산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파도도 사물이 아니라 물이 움직이는 것이고, 이 물은 언제나 다른 모양을 만든다.
물리학과 천문학에서는 사물이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세상은 사건들의 방대하고 무질서한 그물이다.
시간이 그저 사건을 뜻하는 것 뿐이라면, 모든 사물은 시간이다. 시간 속에 있는 것만 존재한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들이 아닌 범세계적인 시간에 대해서만 알 수 있다.
실제의 시간은 서로 다른 다양한 근사치들에서 파생된, 수 많은 특성들이 겹겹이 쌓인 다층 구조의 복잡한 개념이다.
성경에 '하루가 천년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이 단순한 비유적 표현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시간도 나는 알 수 없는데, 천국의 세계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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