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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생각

반성문

남자친구와 싸웠다.
또 같은 이유다.

마음이 약해져있는 나는 남자친구에게 위로받고 싶다.
그러나 곧이 곧대로 말하지 않는다.
이유들을 대가면서 나는 괜찮은데 상황이 힘든거라고 한다.
돌아오는 남자친구의 대답은 내 마음에 들지않고,
혼자 꼬이기 시작한다.
꼬이고 꼬여서 끝내 꽈배기가 되고서야
남자를 툭툭 건드린다.
툭툭 건드리고 건드려서 결국 남자가 화를 내면
질질 운다.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한다.
난 그냥 너에게 위로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거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하느냐고 말한다.
그렇게 일주일을 꼬인채로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척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동안 남자는
내가 말해주기를 기다리지만,
결국 한주가 흘러 얼굴을 다시 마주하고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너가 자꾸 화내니까 그런거야! 는 식으로 몰아간다.
몇번 으르렁대고 백만년 같은 침묵의 시간이 지나서야
꼬였던 맘이 서서히 풀린다.


나는 아직도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꾸 나를 속인다.
세상에서 제일 솔직한 척하지만
못난 내 모습은 외면해버린다.
나는 화 내는 법을 잘 모른다.
속상함을 표현할 줄 모른다.
이런 미완성의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항상 옆에 있는 그의 몫이다.

유독 한 사람에게만 못나진다.
다른사람 앞에선 세상 쿨하고 정 없는 인간인데,
그의 앞에선 찌질이 쫀다가 된다.
이놈의 러브가 뭔지
왜 사람을 못나지게 하는걸까 야속하다.
그치만 인간은 반성할 때 성장 하는것이므로
이렇게 열심히 반성문을 쓰다보면
어느새 내 머릿속에 있는 현숙한 여인의 모습에 가까워져 있겠지?
한 40쯤 되면.?.. 후훗.

-반성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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